작성일 : 13-05-19 22:24
성령강림 준비 9일기도 <경외심> 의 대한 나눔.
 글쓴이 : 프란치스코
조회 : 1,467  
<창세 22, 12>
천사가 말하였다. “그 아이에게 손대지 마라. 그에게 아무 해도 입히지 마라. 네가 너의 아들, 너의 외아들까지 나를 위하여 아끼지 않았으니, 네가 하느님을 경외하는 줄을 이제 내가 알았다.”

“저는 주님을 어떻게 경외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주님을 경외하지 않는 것 같아요.” 청원소 시절 성령강림 대축일 9일기도를 준비하며 나눴던 말입니다. 당시 형제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지요. 이런 제게 주님께서 친히 경외심을 가르쳐주셨습니다.
어버이날을 이용해 인천에 있는 집에를 다녀왔습니다. 집에는 아버지가 사순시기 때 예수님을 조각한 작품이 있었습니다. 사실 아버지는 제가 태어나기 전부터 장롱에 조각하는 기술자셨지만 IMF 시절 사람들은 더 이상 조각이 된 장롱을 찾지 않게되자 실직을 당하셨습니다. 그 뒤에 정육점을 하면서 큰 어려움없이 살아갔지만 빚으로 정육점 조차 문을 닫아야되는 상황까지 이르렀습니다. 그 뒤에 아버지는 오랜기간 갱년기로 심신이 매우 침체된 상태였습니다. 가장으로서의 역할은 마비됐고 때문에 아버지는 스스로를 그런 자신을 용서하지 않으셨습니다. 미안함과 자책감 수치심에 점점 허물어져가고 약해지셨습니다.
어린시절 온갖 능력자이자 버팀목이며 피난처였던 아버지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입니다. 제가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했던 이유는 갱년기 장애의 어려움에 대해 알지 못했고, 능력적이고 적극적인 아버지와 침체되어 있는 아버지의 괴리를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지쳐감에도 불구하고 그 와중에 끝까지 저와 가족을 위해 하느님과 기도생활을 놓지 않으셨고 그 기댈 곳 없는 외로움과 서러움의 기도가 오늘처럼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으로 조각물로 표현되었습니다.
이 조각상은 예수님을 조각한 것이지만 저는 이 조각상 안에서 다 허물어진 아버지의 모습을 발결할 수 있었습니다. 아들을 위해 온 삶을 바친 아버지를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처참한 몰골의 예수님을 보고 아버지도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진정 아버지는 환상적인 인물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지금껏 허약해진 아버지에게 능력적인 아버지를 기대하고 실망하고 슬퍼했던 것은 제가 지금껏 어린시절 환상적인 아버지를 보고만 있는 시야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아버지는 참다운 인간이었습니다. 능력적이고 환상적인 아버지만을 보고자 했던 아이가 드디어 현실에 눈을 뜨게 된 것입니다. 저는 비로소 한 사람으로서의 아버지를 만났고 만나고 나니 지금껏 받은 모든 사랑이 당연한 것이 아니었음을 알아차리게 됐습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어떤 사람도 내게 이같이 할 수 없다. 아버지라는 이름 하나 때문에 사람이 이렇게도 한 사람에게 온 사랑을 집중할 수 있을 수 있을 수 있는가! 라는 놀라움과 경탄에 젖어 그제서야 나의 모든 것이 되어주신 아버지의 그 깊고 밀도높은 그 사랑의 소중함 때문에 아버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당신의 쓰라린 마음 고통스럽고 서러운 마음 곧 내적 상태를 돌보기 보다 아들과 가정의 심리적이고 환경적인 안정감을 위해 온 삶을 바치셨습니다. 자신의 힘듦을 아들을 위해 제쳐둔 것이 언젠가 드러난 것이기에 갱년기가 발생한 것이 오히려 인간적이고 더 자연스럽습니다. 아버지는 그렇게 예수 그리스도처럼 당신이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주시고 아버지는 그렇게 허물어져가셨습니다. 그런 사랑의 원천이신 아버지가 제 안에 계십니다. 저 또한 그 아버지의 그 사랑안에 있습니다. 아버지의 약함의 가치는 말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그 가치가 소중한 저를 낳았기 때문입니다.

남들은 무기력해진 아버지의 모습에 혀를 찰지 모릅니다. 그러나 저는 그 인간적인 모습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귀한 열매를 보고 말았습니다. 그 열매는 바로 그 사랑을 양분삼아 자라난 아들인 저였습니다. 곧 주님께서 제게 보여주신 경외심은 바로 이것입니다. 당신의 권능과 힘에 떠는 두려움이 아니라 나를 위해 모든 것을 이루시고 처참하게 스러져가신 그분이 그렇게 제 앞에 그 모습 그대로의 모습으로 서 계실 때 밀려오는 눈물 찬 감격과 경외심이라고 표현하기도 부족한 그 애절한 힘 입니다. 저는 그분의 사랑에 압도되어 버렸기에 그분 손을 잡노라면 그분 앞에 부복하지 않을 수 없는 그런 힘입니다. 그렇게 아버지는 참 인간이시면서도 신적 사랑을 제게 보여주셨습니다. 하느님을 보여주셨고 예수 그리스도를 이해하도록 사랑이라는 삶으로 저를 꾸짖으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약한 아버지를 우리 형제님들께 자랑합니다. 아버지께서 아들을 통해 영광 받게 하려는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이 하느님께서 주신 세상 안에서 일어난 일임에 감사드립니다. 아버지를 통해 예수님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신학으로 가르치시기보다 직접 삶에 찾아오셔서 가르쳐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악을 경험하게 했던 삶의 한 시절을 선으로 뒤바꿔버리신 하느님께 찬미 드립니다. 한 사람의 일생을 온갖 선으로 치장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신앙생활 26년이 지나서야 부모님을 사랑하라는 십계명 하나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를 통해 제가 당신을 더욱 사랑할 수 밖에 없도록 지어내신 것에 감사를 드립니다. 저는 이런식으로 주님을 따를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사건이 제게 일어날거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주님이셨습니다. 저는 알지못했지만 그분은 다 알고계셨습니다. 알지 못하는 저를 알게하시는 분은 바로 주님이셨습니다. 결국 주님이십니다.

 
 

Total 52
번호 제   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알려드립니다! (1) admin 08-29 4946
52 어느 청원자의 강론(2015년 5월 28일) admin 05-30 833
51 당분간 게시판을 폐쇠합니다! admin 05-29 829
50 어느 유기서원 형제의 강론(2015.04.16) admin 04-19 770
49 도와주세요 마태오 01-07 807
48 '젊은이 성체조배의 밤'에 여러분을 초대하고자 합니… 테오파노 12-29 721
47 고맙습니다! 양평클라라 03-25 1092
46 연중 제 27주간 목요일 강론 강프랑 10-10 1063
45 성령강림 준비 9일기도 <경외심> 의 대한 나눔. 프란치스코 05-19 1468
44 바티칸 박물관전 admin 02-07 2163
43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 복음나눔 -감이라는 이름의 중용- 일어나는불… 11-09 1383
42 양양 글라라 수녀원의 다이안 수녀님의 사부님 대축일 인사카드 admin 10-04 2043
41 가난한 이들에게 다감한 교계언론이 있다면.. admin 09-11 1295
40 (강론)열심한 것이 곧 충실한 것은 아니다. - Fr. 김 레오나르도 admin 08-30 1553
39 오페라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Saint Francois d’Assise]" admin 07-06 2291
38 이름없는 분들을 위하여 기도해 주세요 일어나는불… 05-21 1246
 1  2  3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