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5-04-19 10:15
어느 유기서원 형제의 강론(2015.04.16)
 글쓴이 : admin
조회 : 770  
2015년 4월 16일 목요일 박동현 제노 형제의 강론 나눔.

오늘은 아시다싶이 세월호 참사 1주기가 되는 날입니다. 지난 시련의 세월을 돌아보고자 합니다.

제가 세월호와 인연 아닌 인연을 맺은 것은 작년 성 금요일에 사막체험으로 단원고등학교에 마련된 구조상황실에 갔을 때부터 이었습니다. 그때의 저는 세월호 참사를 안타깝게 지켜보는 수많은 사람들 중에 한명이었을 뿐이었습니다. 아직 생존자가 있었기에 구조작업이 한창이었던 그 때 단원고등학교 상황실에서는 많은 학생들과 가족들이 구조상황 모니터를 마음조리며 바라보던 것과 침울했던 분위기가 여전히 제 마음을 무겁게 만듭니다.

모든 국민들이 그저 멀리서 지켜보며 아무것도 할 수 없고 그저 안타까운 마음으로 한명이라도 더 구조되기를... 또 우리 모두가 기적이 일어나기를 희망했던 나날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희망과는 반대로 배는 점점 가라앉았고, 그 누구도 구조되지 못했던 참담한 나날이 지속되었습니다.

그렇게 잊히는 듯 했지만, 희생자 가족들과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사람들이 거리로 나오기 시작했고, 국회에서 광화문에서 청와대에서 팽목 항에서 외치는 그들의 처절한 목소리가 어느새 비수가 되어 우리의 양심에 파고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그리고 진실을 밝히기 위한 그들의 목소리가 죽은 자녀들을 다시 살려낼 수는 없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는 침묵 가운데 잘 알고 있습니다. 더구나 더 좋은 나라, 안전한 나라를 만들고 다시는 이러한 참사가 일어나지 않기를 기원하는 우리의 마음이 오히려 과거를 이미 잊으려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인간은 본성상 진선미로 나아가기 때문이기에 진실은 밝혀지게 마련입니다. 그러므로 억울함을 호소하고 진실에 집착하는 우리의 마음을 잠시 접어두었으면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무엇이겠습니까? 제가 생각하기에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이집트의 노예 살이 했던 이스라엘 백성이 겪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쓰디쓴 고통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즉, 우리가 기억해야 할 과거는 진실이 가려져 있는 과거가 아닌 바로 희생자들이 겪었던 고통은 아닐까 싶습니다.


평생 한번만 있는 제주도 수학여행을 간다는 사실에 들뜬 마음에 배에 올랐을 것입니다. 하지만 갑자기 배가 한쪽으로 기울어졌고, 그리고 점점 더 기울어져 갑니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일인지 몰라 마냥 신기하고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소리에 배가 좌초되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고 잠시 후 해경이 구조하러 올 것이는 소리에 한편으로는 불안하고 한편으로는 안심도 되었습니다.

온다던 해경은 소식이 없고 배는 점 점 더 기울어져 갑니다. 출입구 쪽에 있던 친구들은 하나둘씩 밖으로 빠져 나가는 것으로 보고도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만 믿고 그 자리를 떠날 수가 없었습니다. 가만히 보니 배가 많이 기울어져서 저 위에 있는 문을 빠져나갈 수 없을 것만 같은 두려운 마음이 듭니다.

조급한 마음이 들어 저 위에 있는 출입구를 향해 손을 뻗어보려고 합니다. 손이 닿지 않기에 두려움은 점점 더 밀려옵니다. 그래도 살기위해서 저 위로 올라가보려고 벽을 글다가 손톱이 다 빠지고 피가 나도 그 사실을 알지 못합니다. 차디찬 바닷물이 어느덧 발을 적신지 오래고 무릎까지 차오르고 금세 허리를 넘어 목까지 차오릅니다.

물이 머리까지 차올라 숨을 쉬기 위해 껑충껑충 뛰어오릅니다. 너무나도 두려워 나도 모르게 평소에 원수같이 지냈던 옆의 친구의 손을 덕석 잡아봅니다. 눈물이 흐르고 지나간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갑니다. 수학여행을 떠나기 전날 엄마아빠한테 짜증도 내고 함부로 말했던 일들도 생각나고 동생에게 잘못한 일들도 떠오릅니다. 순간 지나간 일들에 대한 후회가 밀려듭니다. 이미 얼굴에는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되어있습니다.

이제는 정말 죽는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문득 곁에 있던 친구들에게 사랑한다고 외치고 싶어 큰 소리로 ‘사랑한다.’ 얘들아 하고 외쳐봅니다. 옆에 있던 친구들도 서로를 향해 미안했다고 사랑한다고 다음 생애 다시 태어나서 꼭 만나자고 목이 터져라 외칩니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곧 하나 둘씩 사라져갑니다. 사라져 가는 목소리들이 마음을 더 두렵게 만듭니다.



우리가 이것을 잊는다면 무엇을 기억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가 예수님의 고통과 죽음을 잊는다면 무엇을 기념할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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